나주시 푸드플랜 기획기사

  • 2019.02.14 15:36

오늘날 한국 사회가 당면한 먹거리 문제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단절이라 할 수 있다. 농촌과 도시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끊겨 있고, 먹거리의 생산으로부터 유통, 폐기에 이르는 일련의 흐름에도 연속성이 없다. 먹거리를 둘러싼 정책들 역시 제각각 분리된 채 힘을 내지 못한다.

지역 푸드플랜의 기본 취지는 이와 같은 단절의 극복 또는 관계 회복에 있다. 즉 도시 소비자들과 농촌 생산자들의 거리를 좁혀 건강한 먹거리가 합리적인 가격에 모든 시민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정책과 아이디어를 한 데 모아 효율적인 먹거리 순환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 나간다. 요컨대 먹거리 공공성의 강화와 거버넌스 구축이 핵심이다.

 

최근 푸드플랜 선도지자체 나주시의 행보가 눈부시다. 나주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푸드플랜 전담부서인 먹거리계획과를 신설, 지난 달에는 푸드플랜 패키지 공모사업에 1위로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5년간 총 290억원이 12개 관련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전남도 로컬푸드직매장의 운영주체 선정으로 광역시 진출의 교두보를 열기도 했다. 명실공히 나주시 먹거리 정책의 시즌2가 시작됐다 할 만 하다.

 

지역 먹거리는 지역 농가 손으로 : 기획생산과 농민가공

우선 생산의 측면에서 볼 때 푸드플랜의 기본은 기획생산이다. 농업인들이 시장경쟁에 내몰리면 규모화와 단작화가 유일한 해답이 된다. 소농과 고령농은 그만큼 설자리가 없어진다. 반면 푸드플랜은 지역에서 소비되는 모든 먹거리를 그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다양한 먹거리가 연중 생산될 수 있도록 농가를 조직하고 유기적인 작부체계를 짜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생산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주시에는 이미 400호의 로컬푸드 출하농가가 있다. 그 중에는 3년간의 출하경험을 토대로 다품종 소량생산의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도 여럿 된다. 나주시는 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를 통해 농가들의 생산 역량을 한층 높이는 한편, 향후 5년에 걸쳐 로컬푸드 농가 수를 2,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센터는 올해부터 농가교육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더불어 나주시는 시설하우스, 소형 저온저장고 등 로컬푸드 출하농가들이 연중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5년간 약 1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역 먹거리 생산 체계를 완비하려면 농업인 가공 활성화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반조리, 가공식품에 대한 점증하는 수요를 충족하는 한편 농산물 소비를 효율화하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현재 나주시에는 농업인가공화센터 1개소가 운영 중이며, 조만간 시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나주시는 가공교육 및 상품개발에 대한 지원을 통해 시장 수요가 큰 상품을 중심으로 품목을 점차적으로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시민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 로컬푸드 공급 및 안전성 관리 체계 구축

지역 푸드플랜의 한 축이 기획생산과 농민가공이라면 이에 대응하는 다른 축은 공급 및 관리 체계구축이다. 이는 시민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먹거리 공공성의 가치와도 직결되는 과제다.

 

공급체계 구축과 관련해 괄목할만한 성과가 지난 11 14일에 있었다. 나주시가 혁신도시 공공기관 14개소와 맺은 로컬푸드 공급확대 MOU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10개소의 공공기관이 로컬푸드 식자재를 공급받고 있다. 향후 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는 독자적인 수발주시스템 구축과 기획생산 강화를 통해 공급 물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더 나아가 나주시는 지난 해 11월 제정한 공공급식 지원조례를 기반으로 이전기관 뿐 아니라 먹거리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시설 등 관내 기관에도 로컬푸드 식재료를 확대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공공급식 체계와 더불어 일반 가정 식탁에 로컬푸드가 오를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직매장 역할이 긴요하다. 로컬푸드직매장 빛가람점의 일평균 방문객수는 약 500명으로 등록된 소비자 회원수는 8천명을 넘어섰으며, 그 결과 작년 한해 판매액은 약 33억원으로 집계됐다. 나주시는 이와 같은 소비자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로컬푸드직매장 추가 설치, 산포농협 내 샵인샵 운영, 광주권 매장 진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로컬푸드 공급을 확대하자면 당연히 담보되어야 할 문제가 바로 안전성이다. 그 동안 로컬푸드의 안전성 문제는 개별 농가의 인증제에 더해 직매장의 농약잔류검사 등을 통해 관리되어 왔다. 나주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통합적인 관리제도 마련을 위해 나주로컬푸드 인증제를 실시하는 한편 이를 전담할 수 있는 농업기술센터 산하 농산물 안전분석실을 신설·운영하기로 했다.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먹거리 정책 : 푸드플랜 민관거버넌스

다양한 푸드플랜의 세부 사업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이해관계자들 간 협의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공공급식을 위해서는 영양사, 조리사 등 실무담당자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이며, 직매장의 경우도 가치 지향적 소비에 대한 시민들의 폭넓은 동의 없이는 원활한 운영이 어렵다. 뿐만 아니라 외식업체에 로컬푸드를 공급하자면 지역상권의 공감대도 얻어야 한다.

 

지역 푸드플랜의 핵심 중 하나로 민관 거버넌스가 지적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푸드플랜 민관 거버넌스는 푸드플랜 추진방향, 실행계획 등을 수립함에 있어 정책 제안, 이해관계 조정, 시민의견 수렴 등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지역 푸드플랜이 완성된 계획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으로서 존재하려면, 또한 농업이라는 한정된 분야가 아니라 경제, 환경, 복지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무엇보다 민관 거버넌스의 활발한 작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주시는 작년 말 푸드플랜 민관 거버넌스 추진 위원회를 발족했다. 행정, 농업, 복지, 소비자, 농협, 교육청, 보건, 복지 등 여러 분야의 민, 관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는 정기 회의와 국내외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해 나주형 푸드플랜 수립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관련 연구용역이 끝나는 대로 푸드플랜 조례 제정과 함께 거버넌스 조직 및 행정 TF팀 활동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지역 푸드플랜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동시에 한국 농정의 기본 프레임을 바꾸는 거대한 실험이기도 한 만큼 선도지자체로서 나주시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면서 생산-가공-유통-소비-폐기에 이르는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먹거리 공공성을 강화하고 연간 700억원 규모의 새로운 관계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지역 농업과 먹거리 정책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작성일 : 2019.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