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로컬푸드직매장 빛가람점 누적매출 100억원 돌파
- 2019.06.28 15:46

나주로컬푸드직매장 빛가람점(이하 ‘빛가람점’)이 개장 3년 반 만에 누적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빛가람점은 지역산 판매, 생산자 실명제, 수수료 10%, 짧은 진열기한 등 원칙을 고수한다. 누적매출 100억원은 그런 원칙들에 대한 소비자의 폭넓은 신뢰와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다.
빛가람점의 일평균 매출이 개장 초 350만원에서 11,000만원으로 꾸준히 늘어가는 동안 지역 농업과 먹거리 환경에도 작지만 알찬 변화가 있었다. 다품목 소량생산으로 큰 농지 없이도 안정적 소득을 올리는 소농이 생겼고, 농업인 가공활성화는 공동체 단위의 새로운 협업 모델을 가능하게 했다. 요컨대 빛가람점의 성장은 곧 지역 생산자들의 변화와 성장이었던 셈이다.
○ 소농의 희망으로 자리 잡은 로컬푸드
반남면 월현마을(석천리 2구)은 전체 19가구 중 8가구가 빛가람점에 출하하는 로컬푸드 모범 마을이다. 로컬푸드통합지원센터가 교통 소외지역, 원거리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시행하는 순회수집 배송이 농가 확대에 큰 도움이 됐다. 매일 아침 7시까지 마을회관 옆에 그날 출하할 농산물을 모아 놓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로컬푸드가 주민들의 화젯거리가 되면서 참여 농가수도 점차 늘어났다.
이러한 입소문의 중심에 이영자, 이정숙 두 여성 농민의 성공담이 있다. 이영자씨는 2015년 봄 마을 설명회에서 로컬푸드 이야기를 듣자마자 ‘딱 이거다.’는 감이 왔다. 연이은 쌀값 폭락으로 시름이 깊던 차라 텃밭농사로도 꾸준히 소득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그 때부터 다품목 소량생산을 시작해 지금은 1년 간 출하하는 농산물이 70여가지에 이른다. 월소득이 100만원을 넘자 ‘얼마나 번다고 그리 고생하냐’던 남편도 태도가 달라져 수확이나 소포장 등 일손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같은 마을 친구인 이정숙씨는 이영자씨의 소개로 로컬푸드를 알게 되어 2016년 2월 출하농가로 등록했다. 처음에는 미나리, 시금치 등 반찬거리로 키우던 작물을 판매하는 정도였으나 노하우가 쌓이면서 지금은 250평 남짓 밭에 호박, 부추, 청경재 등 10여가지 품목을 재배한다. 그 모습이 밭이라기보다는 잘 가꿔진 정원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작년 한 해 동안 여기서 벌어들인 소득이 2,500만원이 넘는다.
“일한만큼 벌수 있은께 그것이 제일 좋제!” 두 농민이 한목소리로 답한 로컬푸드의 최대 장점이다. 월급처럼 꾸준히 소득이 생기니 농사든 살림이든 계획적으로 해 나갈 수 있다. 로컬푸드 출하 이후 이정숙씨는 허물어져가던 창고를 새로 짓고 적금도 들었다. 이영자씨는 오랫동안 미뤘던 치과치료를 받았으며, 특히 손주들 교복값 준 것을 보람된 지출로 꼽았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일지 모르나 이들에게는 로컬푸드가 가져다 준 소중한 변화다.
○ 귀농인들의 새로운 도전, 로컬푸드 농업인 가공
로컬푸드에서 희망을 찾은 것은 농업인뿐이 아니다. 올 초부터 가공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한 나주시농업인가공활성화센터(이하 ‘가공센터’)에 가면
새로운 도전에 열정을 쏟는 가공 공동체를 여럿 만날 수 있다.
다도면에 사는 진선희, 전민형, 박선하 주부도 그 중 하나다. 이들에게는 3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평균 햇수 4년차 젊은 부부 귀농인, 로컬푸드 출하농가, 그리고 ‘맛난 공작소’라는 가공 공동체 소속의 예비 창업인이라는 점이다.
농업인 가공은 다양한 공익적 효과를 낳는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판로가 생기는 동시에 가공화로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어 소득에 큰 보탬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원재료를 사용한 건강한 가공식품을 먹을 수 있다. 가공센터에서 생산되는 모든 식품에는 화학첨가물, GMO, 수입산 원료 사용이 금지된다. 세 주부가 작년 4월 농업인가공아카데미의 수강생으로 함께 등록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가치와 원칙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
지난 1년여 간 맛난 공작소는 제품 개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아이템 선정부터 레시피 개발까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배, 블루베리를 이용한 6종의 잼을 비롯해 10여 가지의 시제품을 완성했다. 모임은 주로 저녁 8시에 시작해 자정 무렵에 끝났는데, 농사일을 모두 끝낸 후 식구들 저녁을 차려주고 나서야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다. 초창기에는 잦은 ‘야근’ 때문에 눈치가 보여 가족동반 모임을 갖자 해서 식구들이 노는 새 따로 회의나 실습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꾸준한 열정에 감동했는지 시큰둥하던 남편들의 태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수준급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전민형씨의 남편은 지난 봄 맛난 공작소의 소비자 시식회를 위해 버스킹 공연을 열어줬고, 전직 프로그래머인 박선하씨의 남편은 시제품 패키지를 디자인해주기도 했다. 이렇듯 가족들의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맛난 공작소는 내달 초부터 빛가람점에 잼류 출하를 시작하는 한편 소스, 크리스피 등 단계적으로 품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관계시장’, 로컬푸드가 만들어내는 관계의 힘
월현마을의 두 농민이나 맛난 공작소 예비 창업인들의 사례를 가능하게 한 것은 로컬푸드가 만들어 내는 관계의 힘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먹거리 시장이 형성된다. 그러면 이 시장이 다시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관계 맺음을 촉진하는 배경이 된다. 로컬푸드 시장을 다른 말로 일컬어 ‘관계시장’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로컬푸드는 농사를 살리는 희망의 씨앗인 동시에 소비자의 건강을 살리는 보약입니다. 더 나아가 젊은이들이 농촌을 다시 찾게 하는 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제3회 나주로컬푸드 생산자 전진대회에서 강인규 나주시장이 낭독한 대회사 중 일부다. 직매장 안착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로컬푸드를 새로운 지역 활성화의 동력으로 확장시키겠다는 나주시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나주시는 5년간 지역 푸드플랜 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연간 700억원의 관계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나주시는 공공급식, 복지급식 등 공공부문의 먹거리 수요를 조직해 나가는 한편 직매장, 가공센터 등 기반 시설도 증설해 나갈 예정이다. 나주시의 도전이 더욱 많은 시민들의 도전과 성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작성일 : 2019. 6. 28.)